이주연

Jooyeon Lee jooyeon.lee0617@gmail.com

「골든 위크」 2018, 1 channel video, 23’ 06’’

어렸을 때 보던 과학 도판에서는 계란의 껍데기를 깬 채 배아의 성장 단계를 기록한 사진이 나오고는 했다. 작은 점에서 척추가 자라는 과정은 역겨움과 불가사의함의 중간에 걸린 채 기억에 남아 있다. 병아리의 배아가 성장해 부화하는 데는 21일이 걸린다고 한다.

「골든 위크 Golden Week」는 고미야시키*에서 지내던 도쿄의 친구가 직접 방을 치울 수 있도록 모종의 방식으로 돕고, 그 끝에 실제로 친구를 다시 만나 연휴를 보내고 그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서울에 돌아와 생활하며, 시간의 격차를 두고 알게 된 것들을 도쿄에서 찍은 장면들과 함께 편집했다. 이 과정에서, 일인칭 시점 카메라의 사용, 게임과 CG 렌더링의 스크린샷, 교육용 도판과 다큐멘터리 등을 차용해, 서술 방식과 편집에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방을 치우는 초반부와 중반부의 기록은 편집 때의 의견 차이로 삭제했다.

기존의 다큐멘터리에서 제시되는 이미지들은 보통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다. 사진이나 도판, 그래프,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등은 특정한 정보값을 가지고 관객에게 다가간다. 정보를 각인시키기 위해 존재했던 명확한 이미지들이 갑자기 애매모호하게 남아 버릴 때, 이미지들은 일종의 힌트로 작용한다. 관찰자와 대상자만 공유할 수 있는 수수께끼들은 다른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병아리 배아의 척추가 성장하는 방향을 표시한 불빛들은 확대된 채, 마치 다른 의미를 가진 듯 보이기도 한다. 작고 먼 것들은 크고 가까운 거리로 확대되며 생경하게 읽힌다. 이미지들이 정해진 역할을 벗어나 움직일 때, 관객는 기존에 알고 있던 뻔한 놀라움과는 조금 다른 순간을 맞게 된다.

*고미야시키(ゴミ屋敷):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 호더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