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i Woozuzokim@gmail.com
메모
일어날 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러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어날 일은 언제나 상상에 속할 것이지만, 지금의 기후 속에서 신체는 상상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해있다.
노트
일상의 미지근함에 편차를 만들어내는 파동의 폭과 길이들을 가늠해본다. 그리고 몇몇 파동이 위로, 아래로, 또는 앞이나 뒤로 겹쳐지는 구간에 주의를 기울인다. 파동의 중첩은 서로를 완전히 가리지는 않는다. 이 틈에서 삶을 비집고 돌출되는 것들은 무엇일까.
선잠을 자던 밤에 부엌에 겹쳐두었던 접시와 그릇들이 ‘서걱’, 혹은 ‘찡’ 하고 소리를 낸다. 건조대 가장 아래에 둔 밥그릇이 비뚤어졌는지, 그 위에 얹은 컵이 너무 둥글었는지 모른다. 가뜩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사소하게 잘못 맺어진 마찰면 때문에 번뜩 눈을 떠버린 꼴이다. 정체 모를 누군가가 집에 들어왔거나, 유령이 부엌을 어슬렁거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부터 ‘좁고 네모난 이 집에도 거대한 지구의 중력이 비집고 들어오는구나...’까지 가면 그렇게 해가 뜨고 있다.
이런 짧은 소스라침은 그것이 생활에서의 긴장감인지 거대한 세계(우주)에 대한 위압감인지 헷갈리게 한다. 어느 쪽이라고 해도 너무나 찰나의 것이라 공포라고 하기에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공포나 불안의 순간인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그보다는 삶에 잠겨있던 시간 혹은 공간의 단위가 하나로부터 수없이 뻗어 나가는 것을 목격하는 일이다.
불면을 지속시키는 것이 중력의 힘 때문이라고 판단해버리는 것, 뼈를 보면서 고고학에 대해 생각하는 것, 건조함의 시대를 저버리고 깊은 물 속으로 빠져드는 빙하의 최후가 궁금해지는 것, 살을 맞대고 사는 친구와의 대화가 사실은 은하계를 통과해오고 있다고 믿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Micro-wave, 2018
“미세먼지도 또 하나의 재난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들리는 메세지, 한낮에 시끄럽게 울리는 지진 경고 문자음. 우리는 그제야 재난을 ‘느낀다’. 몇박자 늦은 재난이 우리 곁은 스치면,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것 같고 1초전에 땅이 흔들린 건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벽을 타고 진동과 소리가 엇박으로 새어 나온다. 공기의 온도는 희미하고, 비누는 부풀어 소독의 향기를 내뿜는다. 상호적인 사물들의 이미지는 비약적인 연결성을 가지며 다가올 일에 대한 몸의 감각으로 전이된다. 소리의 긴급함에서 진동으로, 움직임에서 온도로, 향기에서 피부의 질감으로.
Call, 2018
삶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시공간을 체감하는 것은 언제일까.
철도회사H의 스웨터는 무슨색이었나, 2018 / Tracker sample No.1, 2018
함께 설치된 두 작업, <철도회사H의 스웨터는 무슨색이었나>와 좌대 위의 조각
끝사과Late apples, 2017
<끝사과Late apples>는 매달린 시간에 대한 작업이다. ‘늦어버린’ 끝물 과일(late apples)의 모습을 떠올리며 시간의 끝에 대해 생각한다. 이때의 끝은 소진된 시간이 아니라 마지막의 매달린 시간이다. 철이 지나 ‘늦어버린’ 끝물 사과의 시작은 언제부터, 어떻게 정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