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은

Kim Soma website

Under Score, 2018

사진은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하지 않는 대화 상대를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은 상대의 표정을 읽는 것뿐이다. 사진이 보이는 표정을 추적하며 우리는 정착된 이미지 너머의 윤곽선을 그려내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이미지와 사람에 대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나는 꽤 오랫동안 찍어야 함과 찍지 말아야 함 사이에서 정체해 있었다. 이것은 셔터를 누르거나 누르지 않거나 같은 선택의 문제보다, 나의 마음과 마주하는 문제였다. 볼 수 없는 마음과 그럼에도 보고 싶은 욕망 사이, 그리고 확정 지을 수 없음과 선언 그 사이. 그 사이를 나는 부표처럼 밀리고 당겨지며 바뀐 위치마다 뱃전에 칼자국을 내듯 이미지를 만들었다.

카메라는 대상을 (광학적으로) 받아 적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미지는 언제나 그렇듯 오타를 만든다. 사진은 카메라로부터 떨어져 나오자마자 다른 방향으로 표류한다. 사진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대상의 다른 표정을 만드는일 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상의 표정들은 모여서 사진의 표정을 구성한다. 대상을 대상으로, 사진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고 어떤 표정으로 만드는 것. 이는 앞서 말한 ‘밀고 당겨짐’ 사이, 그 좌표점을 나타낸다. 결국 이 작업에서 사진의 표정을 마주하는것은, 나의 좌표에 함께 발을 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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