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김도연
https://www.instagram.com/kimdoyeonwork

사람 없는 작업실 책상 위에 조금씩 쌓여가는 편의점 음식 포장과 쓰레기를 보면서 겨우 누군가 있었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타인과 단발적으로 교차하고 멀어지길 반복하는 삶 속에서 내겐 누군가가 남긴 쓰레기들이 더 긴 시간을 함께 하는 것들이다. 그마저도 빨리 먹고 자리를 나설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잔여물이란 것이 일상의 공허함을 불러 일으켰다. 음식과 식사라는 기본적 행위마저 절약하고 단축시켜 얻는 미래가 그다지 보상받지 못하다고 느끼는데도 매일 같이 소비되고 쌓이는 음식 쓰레기들은 동시대 모든 사람이 대체 어디를 향해 쏜살같이 달리는지 의문이 들게 했다. 종말엔 사람은 없고 남겨진 쓰레기들만 남은 풍경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

지속적으로 주변의 버려진 사물들과 쓰레기들을 수집해 모델링을 시작하고 3D 유닛들을 만들었다. 는 그 유닛들을 가지고 만든 작업이다. 거대한 공간감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는 도구를 붓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데에 일조했다. 대형 수제 캔버스에 유화로 큰 공간을 그리려 했는데, 그 때의 기억을 살려 3채널 영상으로 공간을 확장시켜 보려 했다. 유닛들은 프로그램 내 물리엔진을 통해 마치 바람에 휘날리듯 움직이게 했는데, 그러한 역학이 가상 이미지를 현실 공간의 확장으로 보이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디지털 매체를 선택하게 만든 신체적 그리고 경제적 여건은 거대한 공간을 만드는 일을 쉽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주었다. 큰 캔버스를 다루는 일이 무거운 노동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을 정도로 나의 만성적인 질환이 심해지고 나서 평소 먹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다. 에서 등장하는 쓰레기들은 모두 섭취와 관련됐던 제품들의 남은 것들이다. 재활용 될 수 없는 포장의 식품들이 가진 문제점을 알면서도 먹고 살기 바쁜 현대인이 빠르게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그것에 대한 가치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마주한 동시대의 것들에 대하여 대답을 내놓을 수 없어 차라리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의 풍경을 그리는 연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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