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doyeang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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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는 작업실 책상 위에 조금씩 쌓여가는 편의점 음식 포장과 쓰레기를 보면서 겨우 누군가 있었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타인과 단발적으로 교차하고 멀어지길 반복하는 삶 속에서 내겐 누군가가 남긴 쓰레기들이 더 긴 시간을 함께 하는 것들이다. 그마저도 빨리 먹고 자리를 나설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잔여물이란 것이 일상의 공허함을 불러 일으켰다. 음식과 식사라는 기본적 행위마저 절약하고 단축시켜 얻는 미래가 그다지 보상받지 못하다고 느끼는데도 매일 같이 소비되고 쌓이는 음식 쓰레기들은 동시대 모든 사람이 대체 어디를 향해 쏜살같이 달리는지 의문이 들게 했다. 종말엔 사람은 없고 남겨진 쓰레기들만 남은 풍경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
지속적으로 주변의 버려진 사물들과 쓰레기들을 수집해 모델링을 시작하고 3D 유닛들을 만들었다.
디지털 매체를 선택하게 만든 신체적 그리고 경제적 여건은 거대한 공간을 만드는 일을 쉽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주었다. 큰 캔버스를 다루는 일이 무거운 노동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을 정도로 나의 만성적인 질환이 심해지고 나서 평소 먹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