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Jung Binsoojebie@naver.com
평면의 한 꺼풀에 가까운 종이로 만들어진 조각은 연약한 구겨짐 만으로도 입체감을 얻는다. 조각과 회화의 관계를 조립한 앞선 이들의 맥락으로- 그러나 그들과 다른 축에서 이정빈의 종이 조각 세트는 바닥이 삭제된 그림을통해 캔버스의 평면성을 뒤흔든다. 구상회화의 견고한 초석은 마땅히 서 있을 데 없이 구멍 나거나 구겨진 곳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익숙한 구성을 갖추지 못한 환영은 제 존재를 되돌아본다. 정오를 지나는 빛 자국을 따르던 눈은 물질에 가로막히지만, 곧 다른 색을 향한 시선을 재촉한다. 종이로 쌓은 두꺼비집의 최후와 나선을 그리며 끝없이 낙하하는 붉은 씨앗 사이를 가로지르는 긴장이 잘려나간 더미 주위를 채울 때 오래된 안정감은 단지 그곳을 부유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