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은

이명은
성별 구분과 신체적 특징 제한과 신분 정의 등 개인을 단정하는 사회적 편견을 종종 마주한다. 사회적 기준으로 성립되는 분열 현상을 겪으면서 형성된 불편한 관점은 개인을 넘어 사회의 전반적인 관계망을 겨눈다.

주어진 상황을 설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소통의 오류가 빈번히 발생하는 현장에 근본을 찾지 못한 채, 일방적인 조우를 피하지 못하고 직면한다. 상황은 무차별적으로 배설되는 언어들로 단정되고 마무리된다. 마무리 과정에 객관의 기준을 따른다하더라도 윤리적 딜레마가 뒤따르는 혼돈의 카오스는 이후에도 지속된다.

디지털 기술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에서, 편리함이 일상이 된 간편한 기술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교류하는 소셜 현장에서, 보이지 않은 폭력들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시선 강간과 시선 폭력이 신체적 검열에 그치지 않는 권력적 침해가 만연하거나, 한 개인을 향한 오지랖적 관심이 단순 해프닝으로 정리되거나, (…) 하루도 빠짐없이 쏟아지는 뉴스에서는 사적인 상황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보도된 대상의 입장이 간과된 채 일파만파 공유된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나를 포함한 적지 않은 이들이 손실적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현실을 살아간다.

이는 시대를 향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기술이 발달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언급할 수 있는 입장과 동시에 인간을 상대로 관계성 혐오가 결성되는 전가적imputation 과정을 포괄한다. 인간 관계망을 형성하는 주어진 조건들을 다루는 요소들에 동시대적 혐오로 비평적 시각을 개입하였다.

대상을 향한 정의definition 아래, 언어가 이미지의 기호가 되거나, 이미지가 언어의 기호가 되는 이중적 상황을 마주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주변적 태도를 살피면서. 공감이라는 타이틀 안에 이루어지는 이해관계를 넘어서. 스스로를 타자화하고 바라본 주변을 고찰했다. 무엇이, 어떻게 대상을 단정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가.

영상 작업들은 이미지를 정의하는 단정적 언어를 제거한 채 살아갈 수 있는 유토피아적 세상에 대한 욕망을 다룬다. 안티 유토피아를 형성하는 파편들을 마주하는 개인의 잠재적 시점을 이미지화 하였다. 정의definition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기의 산출물을 조합하여 생산된 몽타주 영상의 의미를 새롭게 형성하였다.

분리된 대상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몽타주의 특징을 활용하여,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기법을 활용하고자 디지털 시대의 소비 패턴을 가미하여 재해석의 과정을 거쳤다. 주어진 주제에 맞게 선택된 영상이 아닌 무차별적으로 소비하고 수집한 영상들을 끌어모아 반네러티브적 구조로 새로운 서사를 구성한다. 분리된 이미지들과 디지털 편집툴 기능의 조합은 디지털 시대의 소비 구조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절제 불가능하고 범람하는 언어적 소비 행위를 하고 있는 모순적 태도를 지속하는 개인으로서 해결 불가능한 이 상황을 단순 성찰적 태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관계망에 속해 있는 한 대상으로서 적어도 한번쯤 거쳐가는 검열 과정을 다시 한 번 더 재고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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