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윤

한가윤aijiarun44@gmail.com

작업은 우연히 찍은 마음에 드는 이미지, 확대와 분리를 거쳐 깨진 이미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추상화에 가까운 그림들은 깨진 이미지와 연결되며 회화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회화로 넘나든다. 회화
드로잉들은 기억되고 있는 존재 위치가 생성될 때마다 고정된 지표와 유동하는 요소들의 맵이 형성된다.

게임에서 플레이하는 사람은 주인공의 탈을 쓰고 빙의된다. 유령의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시선 정중앙의 점과
총을 든 사람의 손. 가는 장소의 방향과 주인공의 플레이 없이는 절대 흐르지 않는 시간. 원하는 시간대를 다시
불러오고, 거의 신이 된다.

풍경 그림들은 유령의 시점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게임플레이의 비유와 다르게 유령상태는 무력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는 그림이 기억에 기반하여 만들어지고, 기억은 종종 의지에 반하여 재구성되곤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령상태의 시점에서 보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회화를 게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문법으로 재구성하고 사용할 수도 있다. 거의 구분 불가능할 정도로 익숙해져 있는게 지금이다.

저번 작업에서 불태워 버릴 미련과 유령의 상태를 말했다면 이제 서술어를 말할 시간이다. 하지만 서술어를 넣고
싶지 않다. 미련과 애도의 목적을 가진 그림에서 판타지 지도의 그림처럼 현실에 밀접할 수도 있지만 유령같은
곳을 그리게 된다.

떠다니는 기표들은 디지털 세계에서 뽑아온 것들일지라도 완전한 현실적 기능이 아닌 정처 없이 떠도는 유령
데이터들을 가르킨다.

디지털 미신 정의 내리기

이제 미신은 말로 전해지는 것보다 괴담이란 말로 디지털로 퍼진다. 다른 문화권의 귀신이 유트브를 타고 공포의
대상이 되며 가짜 뉴스로 다양한 변주를 하며 재생산된다. 미신은 종교와 다르게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하고 더
실생활에 붙어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엘리베이터 4층 번호판을 없애고 꿈을 팔며 생선을 뒤집지 못하게 한다.
이런 미신적인 요소는 디지털 내부에서 아주 만연하다. 유투브 타로 점은 장소를 바꾸어 더 활발히 소셜 활동이
가능해지는 등 화면 너머의 미래를 점쳐준다. 이미지가 되어 온라인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납작해지고
영원해진다. 유령이 되는 조건은 무엇일까?